초점거리와 화각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의 카메라 렌즈를 자세히 보면 렌즈 표면에 F값(조리개 값)이 표기되어 있다. 이와 함께 렌즈의 24mm, 50mm, 85mm, 135mm 등과 같이 길이가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표기된 값들은 초점거리를 의미하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 초점거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초점거리와 화각


전문적인 광학 지식이 없이도 카메라의 초점거리를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다음과 같이 카메라를 이요해 사과를 촬영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피사체인 사과를 반사한 빛은 렌즈를 거쳐 카메라 센서에 도달한다. 여기서는 빛이 센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거치는 조리개와 셔터는 편의상 생략했다. 카메라 센서에 빛이 도달해 사과 상이 맺히게 되면 센서는 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디지털 이미지를 저장하게 된다. 이 때 렌즈로부터 상이 맺히는 센서까지의 거리를 초점거리라고 한다. 즉 위에 언급한대로 카메라 렌즈의 초점거리가 24mm, 50mm, 85mm, 135mm등으로 기재되어 있을 경우, 단순히 생각하면 거리가 멀어질수록 렌즈도 길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 렌즈가 길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위 그림은 초점거리가 50mm인 렌즈를, 아래 그림은 초점거리가 85mm인 렌즈를 사용하였을 때 같은 크기의 사과를 촬영한 경우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이해할 수 있듯, 초점거리가 긴 렌즈를 사용하였을 때 결과적으로 더 먼 거리에 놓인 동일한 크기의 사과를 동일한 크기로 촬영할 수 있게 된다. 즉 렌즈에 표기된 초점거리가 길수록 멀리 있는 피사체를 촬영하는 망원렌즈가 되는 것이다. 그럼 이와 반대로 동일한 거리에서 초점거리가 다른 렌즈로 사진을 찍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멀리 있는 피사체를 찍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동일한 거리에 있는 사과를 촬영한 경우를 보자. 이 때 초점거리가 더 긴 렌즈를 통해 촬영할 경우 사과의 일부분밖에 촬영하지 못하게 된다. 그림으로 이해가 어렵다면, 망원경을 눈에 대고 눈앞의 사과를 쳐다본다고 상상해보자.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사과는 사과 전체 형상이 아니라 붉은 사과 껍질 어딘가일 뿐이다. 이렇게, 동일한 거리의 피사체를 얼마나 더 많이 볼 수 있는가를 화각으로 표현한다. 즉,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일수록 같은 거리에 있는 더 많은 물체를 볼 수 있으므로 화각이 넓다고 표현하고, 반대로 초점거리가 긴 렌즈일수록 동일한 거리에서 더 좁은 물체만 보게되므로 화각이 좁다고 표현한다. 보통의 사람의 눈의 화각이 풀프레임 카메라 바디 기준 50mm 정도라도 본다. 따라서 50mm 렌즈를 기준으로 그보다 짧은 초점거리를 갖는 렌즈를 광각렌즈, 그보다 긴 초점거리를 갖는 렌즈를 망원렌즈로 분류한다.



센서의 크기와 줌렌즈


위에서는 피사체와 렌즈 및 센서의 거리 변화, 즉 초점거리에 따른 화각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이전 포스트에서 카메라마다 센서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언급한 적이 있다. 센서의 크기가 다른 상태에서 동일한 렌즈를 사용한다면 결과물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위 그림은 풀프레임바디, 아래 그림은 1.5 크롭바디의 경우를 나타내고 있다. 동일한 렌즈로 동일한 거리에서 동일한 사과를 촬영하면 크롭바디의 경우 더 적은 면적의 사과가 촬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풀프레임바디에서 초점거리가 더 긴 망원렌즈를 사용한 경우와 같다. 즉, 센서의 크기가 줄어든 경우 그 줄어든 비율만큼 렌즈의 초점거리는 더 길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렌즈를 공유하는 DSLR의 경우 센서의 크기는 다르지만 같은 렌즈를 사용하므로, 렌즈에 표기된 초점거리의 기준이 풀프레임인 것을 감안하여 사용해야할 것이다. 이때문에 각기 다른 규격의 센서를 사용하는 카메라들은 환산화각이라는 수치를 사용한다. 이는 35mm 풀프레임바디 기준으로 초점거리가 얼마인가(즉 화각이 어느정도인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형 디카, 일명 똑딱이의 경우에도, 스펙상 환산화각 24-90mm 라고 씌여 있다면, 이는 풀프레임바디 기준 24-90mm 초점거리를 의미한다.
또한 초점거리가 고정되어 화각 변경이 불가능 한 렌즈를 단렌즈, 초점거리를 사용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렌즈를 줌렌즈라고 한다. 예를 들어 렌즈에 초점거리가 24-90mm 으로 표기되어 있다면 이는 24mm 부터 90mm까지 가변초점거리를 갖는 렌즈로 사용자는 24mm 광각 영역부터 90mm 준망원 영역까지 원하는대로 선택하여 촬영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보통 줌렌즈는 최장초점거리(90mm)를 최단초점거리(24mm)로 나눈 값(90/24=3.75)을 배율로 표기한다. 따라서 24-90mm 렌즈는 3.75배 줌렌즈 인 것이다.



결론


이번 포스트에서는 카메라의 초점거리와 화각에 대해 간략히 다뤄보았다. 대략적인 개념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한 만큼, 비구면, 색수차 등 렌즈에 대한 더욱 전문적인 내용은 나중에 추가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화각에 따른 배경압축 및 심도(DOF: Depth of Field)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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