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노출(Exposure)의 이해(2)

지난 포스트에서는 노출의 개념에 대해 다뤄보았다. 간략히 요약해보면, 적정노출은 대부분의 카메라가 탑재한 노출계를 통해 자동으로 계산되며, 이에 맞춰 사용자가 셔터스피드와 조리개를 조절하여 사진을 촬영하면, 노출값이 적당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노출계의 적정 노출이 어떻게 산출되는지, 또 사용자는 어떻게 이를 제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카메라가 보는 적정노출


카메라의 노출계는 렌즈를 통해 보는 풍경의 적정 노출값을 자동으로 계산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그런데 사용자가 렌즈를 통해 보는 풍경은 시간, 상황 및 장소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조건의 빛을 품고 있다. 때문에 사용자가 특정 빛 조건에서 원하는 사진을 얻고자 하면 노출계가 적정 노출을 계산하는 방식을 조금씩 수정해줄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요즘 카메라의 노출계는 매우 다양한 노출계산 방식을 탑재하고 있기때문에, 사용자는 노출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갖추면 언제든지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다음의 예를 보자.

위 이미지는 카메라 노출계의 측광모드를 간략히 나타낸 것이다. 측광모드라함은 문자그대로 적정노출을 산출하기 위해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측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요즘은 비단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 카메라에서도, 고급옵션 혹은 프로모드 등으로 설정을 바꾸면 측광방식을 수동으로 설정할 수 있다. DSLR에서 반셔터(셔터를 반만 누르는 것)를 누르면, 순간적으로 초점이 잡힘과 동시에 위그림과 같이 화면 내 작은 사각형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곤 한다. 이 사각형들은 렌즈를 통해 보이는 풍경에서 어느 부분에 초점과 노출의 기준점을 잡는지를 나타낸다. 첫번째 평가측광의 경우 보이는 풍경의 모든 부위를 균등하게 구역을 나누고 각 구역에서 받아들인 빛의 평균값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찍고자 하는 사진이 특별히 밝기 차이가 많이 나는 물건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무난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두번째 부분측광의 경우 평과측광과 달리 일정 부위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을 기준으로 전체 사진의 밝기를 계산하는 경우다. 세번쨰 스팟측광의 경우는 부분측광 보다 더 좁은 특정 스팟(점)을 기준으로 밝기를 계산하는 경우다. 글로만 설명하면 이해가 어려우므로, 아래 예를 들어보자.


각각의 측광 모드로 어둠속에 조명을 받은 꽃을 촬영한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서 편의를 위해 꽃은 모든 부분이 100% 밝기로 보이고 있고, 배경은 0% 밝기로 보이며, 각 사각형에 꽃이 걸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100%의 밝기가 그 사각형에 감지된다고 가정한다. 노출계는 50%의 빛을 받았을 때를 적정노출의 기준으로 잡고 있다. 그러면 첫번째 평과측광의 경우 총 35개의 사각형 중 9개의 사각형에 꽃이 들어오므로, 노출계는 9개의 100%짜리 빛과 26(35-9)개의 0%짜리 빛을 받은 꼴이 된다. 즉 노출계는 스스로 9/35=26%밖에 빛을 받지 못했으므로 50%에 못미쳐, 조리개 혹은 셔터스피드를 늘려 24%의 빛을 더 받도록 유도한다. 반면 부분측광의 경우 총 5개 중 2개, 즉 40%의 빛을 받았으므로 10%의 빛만 더 받으면 되므로, 사용자에게 조리개 및 셔터스피드를 조금만 더 늘리도록 한다. 반면 스팟측광의 경우 1개 중 1개가 빛을 모두 받았으므로, 노출계는 이미 과다한 빛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사용자에게 조리개를 조이거나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해서 50%의 빛을 덜 받도록 한다. 결국 사용자가 항상 노출계가 알려주는 적정노출값에서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찍었더라도, 측광모드에 따라 결과물의 밝기가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는 상황에 따라 노출모드를 바꿔줄 필요가 있다. 



역광 사진


여기까지 오면서 어떤분들은, 그럼 대충 아무렇게나 찍고 나중에 포토샵으로 밝기 조정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다. 물론 다이나믹레인지(DR: 카메라가 표현할 수 있는 밝기 범위의 한계)가 높은 카메라의 경우, 후보정으로 어느정도 제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이 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인데, 대표적인 예가 인물 역광 사진을 찍는 경우다.


바닷가에서 해를 등지고 인물사진을 촬영할때를 가정해보자. 각 구역별로 햇빛이 반사되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양이 다르므로 구역별로 각 밝기를 임의로 입력해보았다. 가장 밝은 햇빛은 150, 하늘은 120, 하늘과 바다 경계쯤을 100, 바다가 70, 모래사장이 50, 인물은 햇빛을 등지고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고 있으므로, 모래사장에 반사된 빛이 인물에 살짝 비친 정도인 10이라고 가정한다. 측광모드는 스팟모드다. 첫번째 경우 스팟모드로 모래사장을 비춘 경우, 카메라는 이미 적정노출값(50)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사진을 찍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이 경우 여전히 인물은 밝기가(10) 이므로 풍경만 보이고 사람은 어두컴컴한 못찍은 사진이 된다. 두번째 경우 스팟모드로 인물을 비추면, 노출계는 밝기를 40 더 올려야한다고 판단, 전체 화면의 밝기가 다 40씩 올라가게 된다. 이 경우 인물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50)이 되어 비로소 눈코입을 구분할 수 있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분간할 수 있게 되겠지만, 이미 배경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하얀 천국으로 변한다. 카메라 센서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애초에 0~100이므로 100이 넘어가는 밝기에 대해서는 결국 모두 100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하늘(190), 바다-하늘 경계(140), 바다(110)이 모두 100의 밝기, 즉 하얗게 날아가버리고, 모래사장(90)마저 엄청나게 밝은 흰 구름처럼 보이게 된다. 그럼 스팟측광으로 하늘을 비추면 어떻게 될까? 이때는 반대로, 하늘(120)이 너무 밝아 전체적으로 70씩 노출을 줄이게 되고, 결론적으로 바다(0), 인물(-60), 모래사장(-20)이 모두 0값으로, 검은 색이 되어버린다. 결국 이같은 역광 상태에서는 아무리 배태랑 사진기사가 오더라도, 한 번의 촬영으로 전 화면이 골고루 잘 나오는 사진을 얻는게 불가능 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플래시를 쓰거나, 노출이 다른 사진을 여러장을 찍어 합성하거나하는 등의 추가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결론



예술은 표현을 기반으로 한다. 그 표현을 가능케 하는 툴이 카메라인 경우, 예술가는 툴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사진에서 노출의 개념을 이해한다면 툴의 80%는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카메라를 접하는 분들에게 노출은 굉장히 어려운 개념처럼 보인다. 하지만 직접 카메라를 들고 테스트를 해보면 의외로 어려울 것이 없다. 한 번만 제대로 개념을 이해하면, 평생 무슨 카메라를 가져다 줘도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능력자가 될 수 있으니 사진에 관심이 생겼다면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자. 다음 포스트에서는 '같은 노출에서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값이 달리지면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셔터스피드와 조리개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 후 초점과 심도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면 아마 기술적인 측면에서 사진촬영의 고수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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